지금까지 알려드린 바리스타가 알고 있으면 좋은 전문 지식은 주로 커피 원두에 대한 지식이 많았습니다. 커피 원두를 재배하고 가공하고 로스팅하는 일련의 과정은 커피 풍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료에 대한 것이기에 많이 알고 경험할수록 바리스타로서, 혹은 카페 사장님으로서 많은 자산이 되는 정보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 번씩은 경험해 보고 각각의 풍미 차이를 알고 있으면 좋은 지식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추출 기구에 대한 정보는 굳이 카페를 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홈카페의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도 좋습니다. 먼저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각각의 커피 추출 기구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풍미나 추출 시 주의사항에 대해 간략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다양한 커피 추출 도구의 역사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돼서 국가 간의 무역을 통해서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처음 커피를 즐길 때는 로스팅한 다음 끓인 음료를 만들어서 마셨습니다. 이때는 잠을 쫓아 준다는 뜻의 '카와'라는 음료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인스턴트커피 음료 이름 중에도 '카와'라는 브랜드가 있었죠. 무역로를 따라서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아 반도 예멘으로, 또다시 터키로, 후에는 프랑스와 베니스의 상인들에게 커피가 전파되었습니다. 이스탄불의 당시 이름인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생두를 불에 로스팅한 다음 곱게 갈아서 물에 담가 천천히 끓여냈습니다. 커피 가루가 커피에 그대로 들어 있는 채로 제공되었습니다. 후에 콘스탄티노플은 커피 애호가들로 넘쳐나게 되었고, 사람들은 로스팅한 원두를 곱게 갈아서 긴 손잡이가 있는 작은 냄비인 체즈베(cezve)에 넣어 끓였습니다. 체즈베는 냄비 모양의 커피 추출 도구로, 전통적으로 놋쇠나 구리로 만들었습니다. 금이나 은으로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요즘은 체즈베를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도자기 등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커피 추출 방식 자체는 터키식 전통 방식과 동일합니다. 1600년대 초가 되면 커피는 유럽에 전파가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유럽 커피하우스 문화가 탄생합니다. 베니스와 런던, 파리까지 다양한 커피 하우스가 성행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프랑스 사람들의 커피 추출 방식은 굉장히 혁신적이었습니다. 팬에 로스팅한 원두를 물에 끓이는 대신, 우려내는 인퓨전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미세한 가루로 간 커피를 양말처럼 생긴 천으로 된 주머니에 넣고, 이 주머니를 뜨거운 물에 담갔습니다. 그 후 원하는 농도로 우려 지면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이러한 여과 기법의 커피는 더 맑고 깨끗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추출한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도 개발했습니다. 커피에 우유를 첨가하여 밀크 커피라고 불렀고, 커피 밀크는 설탕을 첨가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많은 프랑스 시민들에게 우유를 첨가한 커피인 카페오레는 특히 아침식사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후에 독일에서는 현재 사용하는 핸드드립퍼의 필터가 개발되었고, 커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증기 기반의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발명되어 지금까지도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추출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카페 창업 중에 필요한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그라인더들이 왜 이탈리아 회사 제품을 선호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에스프레소의 역사가 고스란히 이탈리아 회사의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무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추출 도구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각각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프렌치 프레스
지금부터 설명하는 각각의 커피 추출 도구들은 어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기준을 잡자면 일상생활에서 접근성이 높은 순서대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자주 볼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설명을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프렌치프레스입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제가 아주 어린 시절에도 집에 있던 커피 추출 도구로 기억합니다. 아직 커피메이커, 즉 기계식 커피 드립퍼가 가정집에 보급이 왕성히 되기 전에 수동식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해서 커피를 추출해 드시던 부모님이 기억에 납니다. 프렌치프레스는 덴마크의 회사 '보덤'에서 만들었습니다. 침출식 커피 추출 방식에 해당하는 도구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커피 추출 도구의 역사에서 프랑스는 터키식 커피에서 나아가 커피를 우리는 방식으로 변화했다고 했었습니다. 보덤이라는 회사는 그것에 착안하여 프레스기 밑에 거름망을 달아서 우려낸 커피를 밀어내고 즐길 수 있는 프렌치프레스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카페인 '스타벅스' 역시 프렌치 프레스로 스타벅스의 커피를 즐기기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로스팅 가게였던 스타벅스의 창업자들이 프렌치 프레스를 이용한 커피를 높이 평가하고 많이 즐겼기 때문입니다. 프렌치 프렌스의 커피 풍미의 특징에는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먼저 원두의 개성이 매우 드러나는 추출법입니다. 다른 어떤 커피 추출 도구보다 굵은 굵기로 원두를 갈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추출 도구보다 많은 양의 물의 비율을 이용해 추출합니다. 상대적으로 에스프레소나 드립보다 연한 커피를 추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원두가 갖고 있는 풍미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압력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한 오일리한 커피보다는 산뜻한 커피를 즐기는 분들한테 많은 장점이 있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프렌치 프레스의 가장 좋은 점은 바로 남녀노소 누가 커피를 만들어도 일정한 맛을 낸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 없이 프렌치 프레스에 맞는 원두 굵기와 물의 비율, 시간만 세팅되면 누구든 똑같은 맛의 커피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집에서 평범한 소비자들이 좋은 원두를 가장 안정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도 친구들이 홀빈을 소비할 때 추천 방법으로 핸드드립이나 커피 메이커보다 프렌치 프레스를 추천하는 편입니다. 차를 우리는 방식과 비슷한 추출 도구라서 커피 대신 다른 보이차와 같은 것을 음용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또한 제가 순서대로 설명드릴 그 어떤 추출 도구에 비해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갖고 있습니다. 2만 원대의 가격으로 훌륭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장점입니다. 또한 현대적으로 압력을 많이 주는 에어로프레스 같은 다양한 커피프레스들도 출시 중이니 프렌치 프레스와 더불어 커피 프레스도 검색해서 비교해 보시길 바랍니다.
3. 기계식 드립 커피 메이커
드립 커피 메이커라고 불리는 통칭 커피 메이커입니다. 지금도 많은 가정집에서 사용 중인 커피 추출 도구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드립 커피 메이커가 더욱 인기입니다. 일본 여행을 가면 많은 카페에서도 커피는 대용량 드립 커피 메이커를 사용해서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프랑스의 커피 메이커가 프렌치 프레스인 것에 비교하면 지금 설명드리는 커피 메이커는 미국과 일본에서 통하는 커피 메이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장점은 역시나 편리성이 가장 큽니다. 종이필터를 깔고 분쇄한 원두를 넣고 물을 채운 후 작동하면 됩니다. 자동으로 뜨거운 물이 나오면서 드립식으로 커피가 추출됩니다. 드립 커피 메이커이기 때문에 푸어 오버와 동일한 원두 굵기를 사용합니다. 대용량으로 드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가격대는 7~10만 원 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브랜드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간편하게 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집에서 이용하기가 좋습니다. 요즘은 커피를 뜨겁게 유지시켜 주는 기능도 들어간 드립 커피 메이커가 많기 때문에 한 번 추출 후에 여러 번 즐기기도 용이합니다. 다만 직접 핸드드립을 통해서 추출하는 커피는 전체적으로 커피를 적셔서 추출하지만 드립 커피 메이커는 물줄기가 일정하게 나오기 때문에 커피 풍미로는 핸드드립과 비교할 수 없긴 합니다. 하지만 그 편리성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가정집에서 편하게 커피를 즐기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 발전해 온 추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에스프레소머신
카페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기물이 에스프레소머신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증기를 이용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개발된 후로 많은 커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으며 전 세계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식 중에 가장 유명한 추출 도구입니다. 9 bar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해서 순간적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는 커피 본연의 진하고 깔끔한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적은 원두의 양으로 진한 커피의 진액을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카페에서는 2구 혹은 3 구로 다양한 브랜드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합니다. 우유 스팀을 가능하게 하는 스팀의 기능과 현재는 에스프레소 추출 전에 뜸 들이기 기능의 역할을 하는 프리 인퓨전 기능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의 추출시간과 양을 동시에 알 수 있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것과 더불어 많은 커피 애호가들을 위해서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도 1구짜리 홈카페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당장 백화점 가전 코너에만 가도 다양한 1구짜리 에스프레소머신이 많이 보입니다. 스팀의 기능과 추출되는 성능은 가격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많은 리뷰를 참고하고 구매를 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카페에서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사용할 때에도 세척과 기계 관리에 신경을 써줘야 하기 때문에 이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추출 도구보다 높은 압력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가장 얇은 굵기로 원두를 갈아줘야 합니다. 성능이 좋은 그라인더가 필요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집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다면 부수적인 그라인더나 탬핑 도구들까지 비용적인 면에서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추출 도구보다 깊은 풍미의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커피에 진심인 애호가분들이라면 다른 어떤 추출 도구보다 만족스럽게 사용하실 수 있는 추출 도구입니다.
5. 모카포트
이탈리아 가정집에 빠짐없이 갖고 있다는 커피 추출 도구입니다. 모카포트는 우리나라의 항아리같이 가정집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기는 주방 도구라고 합니다. 그래서 각 가정집은 오래된 모카포트를 대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모카포트를 통해 즐기는 에스프레소의 풍미 역시 특별합니다. 에스프레소에 진심인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추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즐겨봤던 곳은 어릴 적 엄마를 따라서 방문했던 수녀원이 첫 기억입니다. 이탈리아에 본원을 갖고 있는 성녀 글라라 수도원에 방문했을 때 수녀님들이 갖고 오신 것이 모카포트였습니다. 서너 명의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용량이 물 1리터처럼 큰 높이의 모카포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성장해서 바리스타가 되고 다시 즐기게 된 모카포트는 생각보다 귀하고 긍정적인 풍미를 자아내는 커피 추출 도구였습니다. 가스레인지 위에서 물을 가열해서 커피를 끓이는 방식입니다. 아랫부분에 물이 들어가고, 가운데에 원두가 장착되고 물이 끓으면서 증기로 인해 위에 커피가 추출되는 구조입니다. 주전자에 가까운 외관을 갖고 있는 모카포트는 에스프레소와 비슷한 농축 커피의 풍미를 갖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독자적인 풍미를 갖습니다. 이유는 터키식 커피와 에스프레소의 중간에 있는 추출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높은 기압으로 90도 정도의 온수를 투과시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와 달리 증기에 의한 2 기압으로 120도의 온수로 추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을 끓여 추출하는 터키식 커피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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